패션 오브 크라이스트 | 인간을 사랑한 신의 죽음에 관한 기록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The Passion of The Christ)〉는 2천 년 전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세상에 사람으로 오신 예수 그리스도가 십자가에 못박혀 운명하기까지 12시간 동안 겪은 고난을 다룬 영화다.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는 직역하면 ‘그리스도의 수난’이라는 뜻이다.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 정보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는 미국의 배우이자 감독 멜 깁슨(Mel Gibson)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다. 러닝타임은 126분, 장르는 드라마로 분류된다. 개봉일은 미국 기준 2004년 2월 25일, 한국은 2004년 4월 2일이었다. 2004년 당시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는 전 세계 역대 종교영화 박스오피스 1위와 함께 북미 R등급(청소년 관람 불가) 영화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했다. 이후 2017년 4월 10일 재개봉한 데 이어 20주년을 기념해 2024년 9월 25일 세 번째 개봉했다(한국 기준).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는 반유대적 사상과 지나치게 잔혹하고 폭력적인 장면이 적나라하게 묘사되었다는 이유로 일부 유대인들로부터 비난을 받기도 했으나 기독교인들에게 호응을 얻어 홍보를 이어갈 수 있었다고 한다.
실제로, 이 영화의 제작진은 최대한 2천 년 전의 상황을 그대로 재현하고자 배우들에게 영어가 아닌 아람어, 히브리어, 라틴어를 사용하게 했을 뿐 아니라 채찍질과 골고다에 오르는 모습, 십자가에 못을 박는 장면 등 신약성경의 4대 복음서를 바탕으로 당시 십자가형에 관한 철저한 실증과 고증을 거쳐 예수 그리스도께서 인류를 위해 당하신 고난을 극사실적으로 담아내 큰 반향을 일으켰다. 스크린을 통해 인류를 대신해 참혹한 형벌을 당하는 그리스도의 수난을 목도하며 많은 관객들이 눈물을 흘렸다.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 줄거리
“그가 찔림은 우리의 허물을 인함이요 그가 상함은 우리의 죄악을 인함이라 … 그가 채찍에 맞음으로 우리가 나음을 입었도다(이사야 53장)”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는 기원전 700년경 유대 선지자 이사야의 예언서를 보여준 후 예수님이 겟세마네 동산에서 기도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제자들과 함께 유월절을 지키며 최후의 만찬을 나눈 직후였다.
“아버지여, 만일 아버지의 뜻이어든 이 잔을 내게서 옮기시옵소서. 그러나 내 원대로 마옵시고 아버지의 원대로 되기를 원하나이다.”
예수님은 죽음을 앞두고 처절한 고통 속에 기도를 드린다. 십자가형이 얼마나 끔찍하고 고통스러운지, 인간의 몸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고난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사탄이 그를 유혹하며 인간의 구원이 불가능하다고 속삭이지만 예수님은 인류의 구원을 위해 기꺼이 희생을 감내하기로 결심한다.

가룟 유다의 배신으로 예수님은 유대교 대제사장과 바리새인들이 보낸 군병들에게 체포된다. 물론, 예수님은 제자 유다가 은 30냥에 배신할 것도 이미 알고 있었다. 대제사장 가야바와 산헤드린 공회 앞에 선 예수님은 신성 모독죄로 고발당한다. 그들은 예수님을 밤새도록 폭행하고 침을 뱉으면서 모욕한 후 처형하기로 결의하고 사형집행권을 가진 유대 총독에게 넘긴다. 유월절 다음 날이자 성력 정월 15일 무교절 새벽의 일이었다.
총독 본디오 빌라도는 예수님에게서 죄를 발견하지 못했으나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아 처형하라는 유대인들의 압박 속에서 갈등한다. 그는 예루살렘에 머물고 있던 헤롯왕에게 예수님을 보내 판결하도록 조치했다. 하지만 헤롯은 예수님을 조롱한 후 빌라도에게 다시 돌려보낸다.
빌라도는 유월절 특별사면권을 행사해 유대교 군중에게 살인범 바라바와 예수 중 누구를 풀어줄 것인지 택하라고 한다. 대제사장과 유대인들은 바라바를 놓아주고 예수님을 처형하라고 요구한다. 빌라도는 군중의 요구대로 바라바를 사면하고 예수님은 채찍형을 가한 후 풀어줄 것이라고 한다.
로마 군병들은 총독의 명령대로 예수님을 잔혹하게 채찍질하기 시작한다. ‘죽음의 채찍질’로 유명한 이 형벌은 죄인의 옷을 벗긴 채 기둥이나 틀에 매달아 고정시킨 상태에서 채찍질을 가하는 방식이었다. 긴 가죽끈에 뼛조각이나 유리, 쇳조각 등이 달린 채찍은 고통을 극대화하는 형태로 고안된 고문 도구였다. 채찍질이 가해질수록 피하조직을 찢어 온몸은 갈기갈기 누더기처럼 피범벅이 된다. 내장이 흘러나오거나 채찍질만으로 사망하기도 했다고도 전해진다.
유대 법에는 40대 중 1대를 감형한 39대의 매질을 허용하고 있지만 로마 법에는 등가죽이 벗겨지면 매질을 중지하라고 되어 있다고 한다. 살이 찢기고 근육이 터지고 인대가 파열되고 뼈가 부러질 때까지 채찍질을 멈추지 않았던 것이다.
건장한 로마 군병들이 채찍을 휘두를 때마다 예수님의 살이 찢기고 뜯겨 나가며 피가 튀었다. 예수님은 이미 유대인들에게 수욕을 당한 터였기에 극도로 쇠진해져 있었다. 고문장은 금세 핏물로 흥건해졌다.

빌라도는 예수님의 처참한 모습을 군중에게 보이며 놓아주고자 했지만 대제사장을 비롯한 유대인은 여전히 “그를 십자가에 못 박으라”고 외친다. 결국 빌라도는 유대인들의 압력에 굴복하여 예수님을 십자가형에 처하도록 넘겨준다.
로마 군병들은 예수님에게 왕의 복식을 상징하는 자색 옷을 입히고 가시나무 줄기로 엮어 만든 면류관을 만들어 예수님의 머리에 눌러 씌웠다. 검붉은 피가 예수님의 이마와 얼굴에 흘러내렸다. 군병들은 예수님 앞에 무릎 꿇어 절하면서 “유대인의 왕이여 평안할지어다” 하고 조롱했다. 인간을 사랑하여 인간의 몸으로 인간세상에 온 신은 인간들에게 곤욕을 당하면서도 도살장에 끌려가는 양처럼, 털 깎는 자 앞의 잠잠한 양처럼 그 입을 열지 않았다.
예수님은 십자가형을 언도받은 죄인이 자기가 매달리게 될 십자가를 짊어지고 형장까지 가야 하는 관례대로 십자가를 지고 골고다 언덕으로 향했다. 피투성이가 된 몸으로 언덕을 오르던 예수님이 쓰러지자 도중에 구레네 사람 시몬에게 십자가를 지게 했다.

골고다에 도착하자 십자가형이 집행되었다. 십자가형은 인간이 만들어낸 최고의 형벌로 불린다. 로마 군병들은 예수님의 옷을 벗기고 십자가에 눕힌 후 손과 발을 십자가에 고정시켜 길고 두꺼운 쇠못을 박았다. 형장은 순식간에 붉은 선혈이 낭자해졌다.
군병들은 예수님의 머리 위에 “나사렛 예수 유대인의 왕”이라는 죄패를 붙였다. 예수님과 함께 처형을 당한 두 강도 중 한 강도조차 분에 못 이겨 예수님을 공격했다. 예수님은 극한의 고통 속에서도 그들의 용서를 구하는 기도를 드렸다. 그럼에도 사람들의 조롱과 멸시는 멈출 줄 몰랐다.
“다 이루었도다.”
예수님은 당신이 이 땅에 오셔서 이루어야 할 모든 예언을 완성하셨음을 알리는 마지막 말을 남기고 운명하셨다. 그 순간 사방이 캄캄해지고 성전의 휘장이 두 갈래로 찢어지고 땅이 진동하며 지진이 일어났다. 사람들은 그제야 두려움에 떨었다.

예수님은 십자가에 달리신 지 여섯 시간 만에 운명하셨다. 당시 십자가형을 집행하는 관례에 따르면, 오랜 시간이 지나도 사형수가 사망하지 않으면 다리뼈를 부러뜨려 죽음을 앞당겼다. 이 관례에 따라 로마 군병들은 예수님과 함께 처형된 두 강도의 다리뼈를 꺾었다.
예수님을 따랐던 모친 마리아와 제자들은 예수님의 죽음 앞에 비통해한다. 그러나 영화는 예수님이 다시 살아나 무덤에서 걸어나오는 장면으로 끝을 맺는다.
그리스도의 수난의 의미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는 2천 년 전 예수 그리스도가 당했던 극한의 고통과 희생을 생생하게 재현하며 기독교 신앙의 핵심인 구원의 의미를 강렬하게 전달한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죽음의 서사를 다룬 영화 속 장면들은 하나님이 제정하신 절기 유월절, 무교절, 부활절과 관련이 있다. 2천 년 전 당시 이 세 절기는 4일간에 걸쳐 이어졌는데, 그중 예수님이 십자가에 희생되신 날이었던 무교절이 영화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십자가형을 당하기 전, 예수님은 열두 제자와 함께 마지막 만찬을 하셨다. 그날은 유월절이었다. 마가복음 기자는 이날을 ‘무교절의 첫날 곧 유월절 양을 잡는 날’이라고 소개한다. 그날 저녁, 예수님은 “내가 고난을 받기 전에 너희와 함께 이 유월절 먹기를 원하고 원하였노라” 하시며 제자들에게 당신의 살과 피를 상징하는 떡과 포도주를 나누어주셨다.
저희가 먹을 때에 예수께서 떡을 가지사 축복하시고 떼어 제자들을 주시며 가라사대 받아 먹으라 이것이 내 몸이니라 하시고 또 잔을 가지사 사례하시고 저희에게 주시며 가라사대 너희가 다 이것을 마시라 이것은 죄 사함을 얻게 하려고 많은 사람을 위하여 흘리는 바 나의 피 곧 언약의 피니라
(마태복음 26:26~28)
이는 예수님께서 죄인들을 대신해 희생하실 것이며, 그 희생으로 죄인들의 죄를 사해주신다는 약속이었다. 구약시대 유월절에 어린양을 잡아 희생 제물을 드림으로 죄를 용서받은 것처럼 신약시대에 이르러 예수님이 유월절 어린양의 실체로 희생하심으로 죄를 용서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사도 바울이 예수님을 가리켜 ‘우리의 유월절 양’이라고 표현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고린도전서 5:7~8).

유월절 다음 날인 무교절, 예수님은 전날 만찬석상에서 약속하신 대로 많은 사람을 위하여 채찍을 맞고 조롱과 멸시를 당하신 후 십자가에 못 박혀 피를 흘리며 참혹한 고통 속에 운명하셨다.
로마 군병들은 좌우편 강도의 다리를 꺾은 후 예수님에게 이르러서는 이미 숨을 거둔 것을 확인하고 창으로 예수님의 허리를 찔렀다(요한복음 19:32~37). 로마 군병은 자신이 한 일을 알지 못했으나 이 또한 예언을 성취하기 위한 필연적인 과정이었다. 구약시대 모세 율법에 어린양의 뼈는 절대로 꺾어서는 안 된다고 명시되어 있다(출애굽기 12:46). 예수님의 뼈가 꺾이지 않은 것은 유월절 어린양의 실체로서 구약성경의 예언을 이루었다는 방증이다.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 박혀 피 흘리는 죽음의 고통을 감당해야 했던 이유는 인류의 죄 때문이다. 성경은 인류가 하늘에서 죄를 범하고 이 땅에 내려왔다고 말한다(마태복음 9:13, 누가복음 15:3~10). 그 죄의 대가는 사망이며, 결국 죽을 수밖에 없는 운명을 타고났다(로마서 6:23, 에스겔 18:4). 예수님께서는 대신 그 죗값을 치름으로써 인류의 죄를 없애주고자 그 처참한 희생을 감수하셨던 것이다.
유언이 효력을 나타내려면 유언한 사람이 반드시 죽어야 합니다. 그것은 유언한 사람이 살아 있으면 아무 효력도 없고 죽어야만 효력이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첫 계약도 피로써 효력을 갖게 되었습니다. … 율법에 의하면 거의 모든 것이 다 피로써 깨끗하게 되며 피 흘림이 없으면 죄의 용서도 없습니다. … 이와 같이 그리스도께서도 많은 사람의 죄를 없애려고 단번에 희생의 제물이 되셨습니다.
(현대인의성경, 히브리서 9:16~28)
우리가 그리스도 안에서 그의 은혜에 풍성함을 따라 그의 피로 말미암아 구속 곧 죄 사함을 받았으니
(에베소서 1:7)
영화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 첫 장면에 등장했던 이사야 53장 마지막 구절에도 이러한 하나님의 뜻을 전하는 예언이 기록되어 있다.
여호와께서 말씀하신다. ‘그가 상처를 입고 고통을 당한 것은 내 뜻이었다. 그가 죄를 속하는 희생제물이 되면 그는 자손을 보게 될 것이며 그의 날이 장구할 것이니 그를 통해 내 뜻이 성취될 것이다. 그는 자기 영혼이 고통을 당해 얻어진 결과를 보고 만족스럽게 여길 것이다. 나의 의로운 종은 자기 지식으로 많은 사람을 의롭게 하며 그들의 죄를 담당할 것이다. 그러므로 내가 강하고 위대한 자들의 영예를 그에게 주겠다. 그는 기꺼이 자기 생명을 바쳐 범죄자처럼 되었으며 많은 사람들의 죄를 짊어지고 그들이 용서받도록 기도하였다.’
(현대인의성경, 이사야 53:10~12)
하늘의 범죄자였던 인류를 위해 도리어 범죄자 취급을 받으면서도 묵묵히 참혹한 죽음의 고통을 감당하시며 구원의 길을 열어주신 예수 그리스도. 그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고 그 엄청난 부채를 조금이나마 갚을 수 있는 방법은 “유월절 먹기를 원하고 원하였노라” 하신 말씀대로 유월절 거룩한 만찬에 참여하는 것이리라.
→ 이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예수님의 유언과 마지막 부탁 문서를 참고하세요.
[관련 영상]
[참고 자료]
1. 네이버 영화
2. 여론 뭇매 맞으면 영화 히트?, 《헤럴드경제》, 2004. 7. 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