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약궤 | 가장 신성하고 가장 수수께끼 같은 성물
언약궤(言約櫃, Ark of the Covenant)는 약 3500년 전 모세가 하나님의 명령에 따라 하나님의 언약, 즉 십계명이 새겨진 돌판을 보관하기 위해 만든 상자를 가리킨다. 언약궤는 성소의 가장 안쪽에 위치한 밀실인 지성소에 보관되었다. 성경에서 가장 고귀하고 신성하면서도 가장 수수께끼 같은 성물(聖物)이다.
언약궤 뜻
언약궤는 십계명이 기록된 돌판, 즉 증거판이 담겨 있다는 의미에서 증거궤(Ark of the Testimony), 하나님이 제정한 법, 십계명이 담겨있다 해서 법궤라고 불렸다. 여호와의 궤(Ark of the LORD), 하나님의 궤(Ark of God)라고도 칭했다. 공동번역 성서는 계약궤로 번역했고, 일반적으로는 ‘거룩한 궤’라는 뜻으로 성궤라고 부른다.
언약궤 안에는 세 가지 물건이 들어있었다. 광야 시대 이스라엘 백성을 위해 하늘에서 내린 양식 ‘만나를 담은 금항아리’, 아론을 대제사장으로 성별하셨다는 뜻을 보이신 ‘아론의 싹 난 지팡이’, 하나님의 말씀이 새겨진 ‘십계명 돌판(언약의 비석)’이 보관되어 있었다(히브리서 9:4).
언약궤의 구조와 특징
언약궤를 비롯한 성소의 모든 기구는 하나님이 설계한 도면대로 만들어졌다. 하나님은 모세에게 성소 제작을 지시하며 제일 먼저 언약궤의 도면을 알려주었다(출애굽기 25:8~22). 목재는 내구성이 강한 싯딤나무(조각목)가 사용되었고, 안팎은 불순물을 완전히 제거한 순금으로 도금되었다. 크기는 길이가 2규빗 반(약 114cm), 넓이와 높이가 각각 1규빗 반(약 68cm) 정도였다. 이동할 때는 양쪽 네 귀퉁이의 금고리에 두 개의 금막대를 끼워 가마처럼 멜 수 있었다.
궤를 덮는 덮개도 순금으로 만들었다. 덮개의 명칭은 ‘속죄소(贖罪所, Atonement cover)’ 혹은 ‘시은좌(施恩座, Mercy seat)’라고 칭했다. 속죄소는 ‘죄를 없애는 곳’, 시은좌는 ‘은혜를 베푸는 자리’라는 뜻이다. 속죄소가 단순히 궤를 덮기 위한 용도가 아니라는 의미인데, 하나님은 언약궤 위 속죄소에서 만날 것이라고 약속했다(출애굽기 25:22, 30:6).

속죄소 양 끝에는 날개를 활짝 펴서 궤를 보호하는 듯한 형상의 두 그룹(Cherub) 천사가 세워져 있었다. 그룹 천사가 언약궤를 지키는 형상은 하나님이 그룹들로 하여금 에덴동산의 생명나무를 지키게 한 일을 연상시킨다(창세기 3:24).
언약궤의 이동 경로
광야 시대
이집트에서 나온 다음 해인 1월 1일, 모세는 성막을 세우고 모든 기구를 만든 후 둘째 휘장 뒤에 감춰진 지성소에 언약궤를 보관했다(출애굽기 40:1~3). 언약궤는 광야 시대 이스라엘 백성들의 여정에 함께했고, 선두에서 행하며 이스라엘의 영도자 역할을 했다(민수기 10:33~36).
이동할 때 궤를 운반하는 일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레위 지파의 고핫 자손이 맡았다. 성소의 기구를 다루는 일은 대제사장인 아론과 그의 아들들이 전담했다. 그들이 기구들을 꾸려놓고 이동할 준비가 완료되면 고핫 자손이 궤를 메고 이동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성소의 기구는 허락된 자 외에는 만지는 것은 물론, 보는 것조차 엄격히 금지되었다. 하나님은 만약 이를 어길 경우 죽임을 당할 것이라고 경고하셨다(민수기 4:15~20, 18:3).
이스라엘이 가나안 입성을 앞두고 요단강을 건너려고 했을 때 불어난 강물이 그들을 가로막았다. 우기였기 때문이다. 하나님의 지시에 따라 궤를 멘 제사장들이 요단강에 발을 내딛자 강물이 벽처럼 쌓였고 이스라엘 백성들은 마른 땅을 건너듯 요단강을 건널 수 있었다(여호수아 3:7~17).

여리고성을 정복할 때도 언약궤가 중심이 되었다. 궤 앞에는 무장한 선발대와 양각나팔을 부는 일곱 명의 제사장들이, 궤 뒤에는 후발대가 행군했다(여호수아 6:1~20). 이스라엘 백성들은 하나님의 말씀대로 언약궤 뒤를 따라 행군하며 7일째 일제히 큰 소리로 외쳤다. 이처럼 요단강 도하와 여리고성 정복의 열쇠는 언약궤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사 시대
가나안에 정착한 후 언약궤는 실로(Shiloh)의 성막에 보관되었다(여호수아 18:1). 이스라엘은 블레셋과의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 진지가 있던 에벤에셀(Ebenezer)로 궤를 옮긴다(사무엘상 4:1, 5~8). 궤가 진지에 들어서자 이스라엘은 환호했고 블레셋은 두려워했다.
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이스라엘이 대패했다. 하나님의 제사장이면서도 하나님을 멸시하고 악행을 일삼던 엘리의 두 아들 홉니와 비느하스 때문이었다. 이 전쟁에서 홉니와 비느하스를 비롯해 이스라엘의 보병 3만 명이 전사하고 언약궤마저 빼앗기고 말았다. 엘리가 마음속으로 궤를 걱정하고 있을 때 이 소식을 듣게 되었는데 궤를 빼앗겼다는 말을 전하는 순간 의자에서 뒤로 넘어져 목이 부러져 죽었다.
블레셋은 전리품으로 하나님의 궤를 갖게 되었지만 궤를 둔 신전은 물론 도시마다 큰 혼란에 빠졌다(사무엘상 5:1~12). 궤를 두었던 다곤 신전의 신상은 파괴되었고, 신전이 있던 아스돗(Ashdod)에는 전염병이 나돌았다. 아스돗 사람들은 궤를 옮기라고 촉구했다. 궤는 가드(Gath)로 옮겨지는데, 그곳에도 전염병이 퍼졌다. 궤는 또다시 에그론(Ekron)으로 옮겨졌다. 에그론도 죽음의 공포에 휩싸였다.
하나님의 궤가 블레셋에 머문 지 7개월째 블레셋인들은 궤를 이스라엘로 돌려보낸다. 예루살렘에서 서쪽으로 약 24km 떨어진 유대인 성읍 벧세메스(Beth-shemesh)였다(사무엘상 6:1~19). 그러나 성소의 기구를 만지거나 보지 말라고 하신 하나님의 규례를 무시하고 언약궤를 들여다본 사람들이 죽임을 당했다.
이후 하나님의 궤는 기럇여아림(Kiriath-Jearim) 레위 지파의 족장 아비나답의 집으로 옮겨져 20년 동안 보관되었다(사무엘상 7:1~2).

왕국 시대
이스라엘 통일왕국의 제2대 왕 다윗은 언약궤를 예루살렘으로 옮기려는 계획을 추진한다. 궤를 새 수레에 싣고 옮기는 도중 소들이 날뛰자 아비나답의 아들 웃사가 궤를 붙잡으려다 죽고 말았다. 웃사의 사망 역시 언약궤를 만지는 자는 죽으리라는 말씀대로 이루어진 일이었다.
다윗은 두려운 마음에 궤를 예루살렘으로 옮기지 않고 가드 사람 오벧에돔의 집에 보관한다(사무엘하 6:9~10, 역대상 13:12~13). 언약궤를 모신 오벧에돔의 가정에는 축복이 임했다.
3개월 후 다윗은 이 소식을 듣고 궤를 예루살렘으로 옮기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한다. 제사장 집안인 레위 자손들을 성결케 하고 하나님의 규례대로 제사장들과 레위 사람들이 궤를 메게 해서 시온, 즉 다윗성으로 들인다(역대상 15:11~15). 다윗은 언약궤가 다윗성으로 들어올 때 춤을 추며 기뻐했다.

이후 다윗은 자신은 호화로운 궁에 거하는데 하나님의 궤는 천막에 둔 것을 안타까워하며 성전을 건축하기를 원한다(사무엘하 7:2, 역대상 17:1). 그러나 성전 건축사업은 아들 솔로몬에 의해 이루어졌다(열왕기상 5:1~6:38, 역대하 3:1~4:22).
예루살렘 성전 건축의 하이라이트는 언약궤를 지성소로 옮기는 작업이라 할 수 있다. 성전이 완공된 후, 제사장들은 다윗성에 보관되어 있던 궤를 메어 성전 안 밀실, 지성소에 안치했다. 성경은 이 일이 끝난 직후 성전에 하나님의 영광이 가득했다고 전한다(열왕기상 8:1~11, 역대하 5:1~14).
성전과 성전의 기구들은 모든 것이 새로 만들어졌지만 오직 언약궤만 모세가 광야에서 만든 것이었다. 다만, 이때 당시 궤 안에는 십계명 돌판밖에 없었다(열왕기상 8:9, 역대하 5:10).
이후 B.C. 586년경 유다왕국의 시드기야왕 시대, 바벨론의 침공으로 예루살렘이 함락되고 성전은 파괴되었다. 바벨론 왕 느부갓네살(Nebuchadnezzar II, 네부카드네자르 2세)은 성전과 궁전에 있는 보물들을 약탈해갔고, 성전의 금그릇들을 깨뜨려버렸다(열왕기하 24:10~13, 역대하 36:17~19). 이후 언약궤의 행방은 묘연해졌다.
언약궤를 대신할 하늘 예루살렘
언약궤는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있어 신앙의 중심으로서, 기구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하나님의 거처 혹은 하나님과 만나는 곳이자 하나님과 동일시되기도 했다(출애굽기 25:21~22, 민수기 17:4, 사무엘상 6:19~20, 역대상 13:6).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은 바벨론의 침략을 받은 후 영영 되찾지 못했다. 이것은 하나님의 섭리 속에 이루어진 일이었다. 남 유다 왕국이 멸망하기 전, 예레미야 선지자는 하나님으로부터 언약궤에 관한 예언의 말씀을 들었다.
나 여호와가 말하노라 너희가 이 땅에서 번성하여 많아질 때에는 사람 사람이 여호와의 언약궤를 다시는 말하지 아니할 것이요 생각지 아니할 것이요 기억지 아니할 것이요 찾지 아니할 것이요 만들지 아니할 것이며
(예레미야 3:16)
그토록 고귀한 가치를 갖고 있던 언약궤를 더 이상 말하지도 생각지도 찾지도 않는 상황은 의문점을 남긴다. 그 의문을 풀어줄 단서가 이어지는 말씀에 담겨 있다. 언약궤 대신 ‘예루살렘’이 하나님이 좌정하시는 보좌라 불릴 것이고 그곳으로 열방이 모인다는 것이다.
그때에 예루살렘이 여호와의 보좌라 일컬음이 되며 열방이 그리로 모이리니 곧 여호와의 이름으로 인하여 예루살렘에 모이고
(예레미야 3:17)
이 예언 속에 언급된 예루살렘은 실제 팔레스타인의 예루살렘을 가리키지 않는다. 언약궤를 대신할 하나님의 거처 예루살렘의 실체는 신약성경에서 찾을 수 있다. 사도 바울은 갈라디아서 4장에 하늘 예루살렘에 대해 언급하며 우리, 즉 성도들의 ‘어머니(Mother)’라고 증언했다.
오직 위(하늘)에 있는 예루살렘은 자유자니 곧 우리 어머니라
(갈라디아서 4:26)
성도들의 ‘어머니’라 불리는 하늘 예루살렘은 사도 요한이 본 계시 속에도 등장한다. 요한계시록 21장에는 사도 요한이 한 천사로부터 예수님의 신부이자 아내를 목도할 기회를 얻는 장면이 기록되어 있다. 그러나 정작 천사가 보여준 것은 하늘에서 내려오는 성 예루살렘이었다.
일곱 천사 중 하나가 나아와서 내게 말하여 가로되 이리 오라 내가 신부 곧 어린양의 아내를 네게 보이리라 하고 성령으로 나를 데리고 크고 높은 산으로 올라가 하나님께로부터 하늘에서 내려오는 거룩한 성 예루살렘을 보이니
(요한계시록 21:9~10)
천사는 하늘 예루살렘을 어린양이신 예수님의 아내라고 했다. 삼위일체론과 바울의 증언 등을 종합해보면 하늘 아버지의 아내로 하늘 어머니인 것이다.
언약궤의 특징은 그룹 천사 형상이 지키고 있었다는 점이다. 이는 에덴동산의 생명나무를 지키는 그룹 천사를 상징한다. 하나님은 에덴동산의 생명나무는 불칼과 그룹 천사를 통해 지키게 했지만 장차 구원받을 성도들에게는 생명나무의 길을 열어주겠다고 약속하셨다. 이에 관한 요한계시록 22장의 예언을 살펴보면, 생명나무와 하나님의 보좌인 하늘 예루살렘이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또 저가 수정같이 맑은 생명수의 강을 내게 보이니 하나님과 및 어린양의 보좌(하늘 예루살렘)로부터 나서 길 가운데로 흐르더라 강 좌우에 생명나무가 있어 열두 가지 실과를 맺히되…
(요한계시록 22:1~2)
그 두루마기를 빠는 자들은 복이 있으니 이는 저희가 생명나무에 나아가며 문들을 통하여 성(하늘 예루살렘)에 들어갈 권세를 얻으려 함이로다
(요한계시록 22:14)
만일 누구든지 이 책의 예언의 말씀에서 제하여 버리면 하나님이 이 책에 기록된 생명나무와 및 거룩한 성(하늘 예루살렘)에 참예함을 제하여 버리시리라
(요한계시록 22:19)
가장 고귀하면서도 가장 신비로 가득한 성물, 언약궤. 그 실체는 하늘 예루살렘으로서, 하늘 예루살렘을 통해 구원과 영원한 생명을 얻을 수 있다.
[관련 영상]
[참고 자료]
1. 하나님의 교회 대표 사이트 《WATV》
2. 하나님의 교회 공식 사이트 《하나님의 교회 지식사전》
3. Bible Hub


